한홍수
"De la nature" 자연으로부터
10월5일- 11월4일
De la Nature-230905
54x65cm, oil on canvas, 2023
최근 한홍수의 화면 속에서 가장 도드라졌던 것은 ‘흑과 백’이라고 할 수 있겠다. 검은 것과 흰 것이 견고히 긴장을 유지하고 있다던가 거대한 흐름을 형성 한다던가 검은 것이 흰 것으로 바스라지고 흰 것이 검은 것에 삼켜지는 형상에 작가는 〈De la Nature〉 ‘자연’이라는 이름을 붙여 우리의 감각을 인도했다. 비슷한 기간 흑과 백이라는 상응의 존재를 드러내는 작가의 작업엔 양면적이니 이분법적이니 하는 수사들이 어울렸다. 우리는 왼쪽과 오른쪽을 양면적이라 말했고 가는 것과 오는 것, 밝거나 어두운 것을 이분법적으로 구분하곤 했다. 그리고 많은 이들의 주지처럼 한홍수의 일대기에서 동양과 서양을, 작가의 화업에서 예술과 삶이라는 인간사의 고등한 사유들을 빗대어 그의 화면을 이야기했다.
이번 〈De la Nature〉전에 출품된 16여점의 흑과 백 존재들은 앞서 이야기했던 시즌의 작업들 보다 구체적인 정동(情動)을 드러내기에 작가의 사유가 이분의 세계 어느 목전에 도달한 것임을 짐작하게 한다. ‘자연Nature’이라는 작가의 인도는 여전하지만 그것이 내포한 기운은 보다 구체적으로 역동적이고 거대해 그것들의 흐름 너머에 또 다른 격류 혹은 화면을 딛고 요동치는 기개 같은 것들을 연계하고 있다. 한 시인이 “바람과 빛의 뒤섞임으로 내륙인 샹파뉴의 한 구석이 바닷가 풍경을 닮게 된다”(마르셀 프루스트, 「들판에 부는 해풍」 中.)고 은유 한 것처럼 작가의 화면은 감상자의 정서를 떠밀어 화면 너머의 자아 혹은 타아 그 사이의 어딘가로 떠나가게 한다. 또한 이러한 만남으로 작가가 선행했을 여정에 동참하거나 감상자 자신만의 사색을 시작하게 되는데, 이러한 사색에서 관람객은 작가의 인도처럼 자연에 이르거나 자신 내면의 바닷가 같은 개인의 공간을 환유 하게 되는 것이다.
이주희 미술평론가
" 특징적인 것은 한홍수의 것은 크고 긴
한숨이 아니라 셀 수 없고 지난한 것들의 경과를 드러내는 결이라는 것이다 "
" 나의 작업 전반은 캔버스 위에 유화물감으로 여러 차례에 걸쳐 레이어를 만들며 작업한다. 이는 덧 칠을 쌓아 층을 만드는 형태가 아니라 옅은 붓질로 하여금 투명하게 내비치는 ‘결’을 표현하는 것이다. 형형색색이었던 이전 작업과는 달리 〈De la Nature〉 ‘자연으로부터’ 시리즈는 단색으로 생동의 기운을 표현하며, 신체의 움직임은 붓의 움직임과 한 몸이 되어, 같은 호흡과 리듬을 띄게 된다.
물결의 기운을 신체로 표현한다는 것은 지속적인 일관성과 오랜 단련이 요구되며, 기운과 몸을 일치 시키는 수련을 해야 한다. 즉 자연의 기운이 체화되고 체화된 기운을 몸으로 발산하는 것이다."
한홍수작가 노트중
De la Nature-230908, 54x65cm, oil on canvas, 2023